확정일자 왜 받아야 하나?

JuneTein

March 8, 2024

(요지)
전세나 월세로 부동산을 계약하고 이사하게 되면 '전입신고'라는 것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이때 확정일자도 같이 받아두셔야 합니다. 혹시 전세보증금이 큰 경우에는 전세보증보험도 가입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확정일자로 보호받을 수 있는 보증금은 한계가 있습니다. 주택임대차계약과는 별개입니다.


지금은 주민센터나 행정복지센터로 이름이 바뀐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는데, 사람들이 월세계약이나 전세계약을 하고 전입신고만 하고는 이 확정일자를 받아가는 분들이 꽤나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 ~ 2년이 지난 후에 찾아오셔서 전입할 때 확정일자를 받은 걸로 해주면 안 되냐는 약간은 당황스러운 요청을 몇 차례 받기도 했었습니다. 심지어는 눈물을 보이시는 분들도 계셨고, 받았다고 우기는 분들도 계셨고요.

전입신고라는 것은 우리나라 주민등록법에서 정해 놓은 주거지를 관청에 신고하는 것으로 이사 후 14일 이내에 그 주소지를 관할하는 동사무소에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동사무소에서는 확정일자를 찍어주려면 이 전입신고가 선행(먼저 이루어짐)되어야하니 전입신고를 처리한 후 확정일자를 등록(?)해주었습니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확정일자를 먼저 받으려면 법원등기소에 가서 확정일자를 받으면 되는데, 확정일자만 받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으므로 전입신고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확정일자란 뭐길래 받으라는 걸까?

확정일자의 법률적인 의미는 '어떤 문서가 해당 일자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확정적으로 그리고 공적으로 증명된 일자'입니다. '확정적'이라는 말은 후에 변경 불가능을 뜻하고 '공적'은 공공기관이 증명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법률에서 확정일자라는 단어를 정의하고 있지는 않은데, 대법원 판례에서 확정일자에 대해 정의를 내려준 적이 있습니다.

"증서에 대하여 그 작성한 일자에 관한 완전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법률상 인정되는 일자를 말하며, 당사자가 나중에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한 확정된 일자"라고 정의한 적이 있습니다.(대법원 1998. 10. 2., 선고, 98다 28879)

부동산 전월세계약에서 확정일자의 의미는 '확정일자를 받은 날짜에 전월세계약이 존재하고 있었다.'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확정일자를 받는 이유는 다시 말하면, 나중에 전월세 보증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보증금을 떼이지 않으려고 받아두는 것인데요. 이게 효력을 발휘하려면 두 가지의 조건이 더 필요합니다.

이렇게 효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조금 어려운 말로 대항력이라고 합니다.

대항력이란?

대항력은 민법, 주택임대차보호법 그리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모두 그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고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상의 대항력: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날 부터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상의 대항력: 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건물의 인도와 부가세법, 소득세법, 법인세법에 따른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한 효력이 생긴다.

조금 쉽게 얘기 해보자면 대항력이란 '분쟁이 발생했을 때 그 싸움에 맞설 수 있는 힘'이라고 표현하면 맞지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말하면 집주인이 보증금 안줄려고 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방패가 되는 것이죠.

대항력이 생기는 조건

위에서 대항력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확정일자외에 두 가지의 조건이 더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 총 3개의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대항력이 생깁니다.

대항력발생조건-도표 {caption: 대항력의 조건}
대항력의 조건

1. 점유
점유는 해당 부동산에 대한 실질적으로 지배를 의미합니다. 주택이면 임차인(빌린 사람)이 들어가서 가재도구 등의 살림을 꾸려서 실질적으로 살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상가라면 임차인이 상가에 입주를 해서 실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야 합니다.

2. 신고
신고는 주택의 경우 전입신고를 하면 신고의 조건을 만족하게 됩니다. 상가의 경우에는 해당 주소지에 사업자등록을 함으로써 만족됩니다. 중간에 주소 빼면 안됩니다!

3. 확정일자
이 글의 주제인 확정일자를 받음으로써 충족하게 됩니다. 주택의 경우에는 주민센터(구 동사무소)에서, 상가의 경우 세무서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확정일자라는 것은 법원 등기소에서 받는 것이 원칙인데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동사무소나 세무서에서 받을 수 있도록 업무를 위임해주었습니다.

요즘은 주택의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 더 편리해졌습니다.

이 3가지의 조건이 다 충족되었을 때 우리는 법적으로 보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돌려받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주의! 대항력은 다음 날 0시를 기준으로 발생합니다. 3월 2일날 이사하고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 받으면 3월 3일 자정인 0시를 기준으로 대항력이 성립됩니다.

확정일자는 누가 받을 수 있나?

  • 확정일자는 문서의 소지자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확정일자는 꼭 계약의 당사자나 세대주가 동사무소에 가서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나 계약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냥 받을 수 있습니다. 전입신고 하러 갈 때 계약서를 깜빡해서 다음 날 세대주의 배우자가 받아도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초등학생 아이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의사능력이 있는 성인이면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정도면 확정일자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 되었는데요. 이제 확정일자를 왜 받아야 하는지 본격적으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확정일자는 왜 받아야 하나?

확정일자를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한가지는 타의로 은행에서 확정일자를 받아와야 보증금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받고, 또 한가지는 우리의 보증금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자의로 받는 것이죠.

타의건 자의건 확정일자를 받는 이유는 동일합니다. 이 글의 서두에서 말했던 일부 또는 전부의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서 입니다. 은행도 돈 떼이면 안되니까요.

여기서 또 어려운 말을 한 번 더 써야하는데요. 소액임차인의 우선변제권입니다.

소액임차인이라는 말에서 풍기듯이 아래와 같이 보증금 금액 자체의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 1억6천500만원
  •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서울특별시 제외), 세종특별자치시, 용인시, 화성시 및 김포시: 1억4천500만원
  • 광역시(「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에 포함된 지역과 군지역 제외), 안산시, 광주시, 파주시, 이천시 및 평택시: 8천500만원
  • 그 밖의 지역 : 7천500만원

위 금액은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의 한도가 아니고, 소액임차인이 되려면 보증금 자체가 위 금액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보증금이 1억6천500만원이 안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이런 경우에는 맨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하셔야 하지, 확정일자 받았다고해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자꾸 일부 또는 전부라고 앞에 토를 다는 이유는 확정일자를 받았다고 해서 보증금을 전부 다 확정적으로 돌려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억 6천이 안되더라도 전세 보증금이 큰 경우에는 확정일자를 받았다고 해서 보증금을 전부 돌려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유는 이 확정일자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을 법에서 정해놓았기 때문인데요.

우선변제권은 보증금 중 일정액의 보호지 전부를 보호하지 않거든요. 법을 보시죠.

소액임차인이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그 보증금 중 다음의 구분에 따른 금액 이하입니다. 이 경우 우선변제 금액이 주택가액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주택가액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에 한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10조제1항 및 제2항).

  • 서울특별시 : 5천500만원
  •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서울특별시 제외), 세종특별자치시, 용인시, 화성시 및 김포시: 4천800만원
  • 광역시(「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에 포함된 지역과 군지역 제외), 안산시, 광주시, 파주시, 이천시 및 평택시: 2천800만원
  • 그 밖의 지역 : 2천500만원

이제 제가 계속해서 일부만 돌려받을 수 있다고 적어놓은 이유를 아시겠죠?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닙니다. 조금 더 공부 하셔야 합니다.

소액임차인 우선변제의 순위

확정일자를 받아서 대항력을 갖춘 소액임차인이 되었다고 합시다. 그럼 나는 안심해도 되나요? 왜 안심해도 되나요?

소액임차인이 우선변제권을 가지게 되는 것은 그 임대한 주택이 경매 또는 체납처분에 따라 매각될 때만 우선 변제권을 가집니다. 집주인이 나쁜 마음으로 그냥 보증금을 안돌려주는 경우는 민사소송을 해야지 이 소액임차인 우선변제권은 여기에서는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자, 경매에 넘어갔다고 칩시다. 경매 넘어가서 매각이 되고나면 이제 낙찰된 금액을 가지고 나눠가져야 합니다. 나눠가지는데 순서가 있어야겠죠?

이를 변제순위라고 합니다. 민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중요한 것만 꼽겠습니다.


  • 0순위: 경매 집행 비용
    경매를 집행하는데 들어간 비용(수수료, 인지대, 감정 평가 비용, 송달 수수료, 재산 압류) 등의 비용

  • 1순위: 유익비 및 필요비 해당 부동산에 지출된 비용 및 유치권 포함

  • 2순위: 최우선 변제권
    소액 임차인: 낙찰가의 1/2 범위 내에서 배당 선순위 임금 채권: 근로기준법에 따른 일정액의 임금

  • 3순위: 당해세(재산에 부과된 세금)

  • 4순위: 우선 변제권 저당권, 전세권, 대항력을 가진 선순위 임차권

  • 5순위: 일반 임금 채권
    최우선 변제권으로 배당되지 않은 임금 및 퇴직금

  • 6순위: 일반 조세 채권 (이하 생략)


위에서 알 수 있듯이 소액임차인은 2순위로 최우선 변제를 받습니다. 저 위에서 말한 보증금 중 일정액의 보호금액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서울로 치면 5천5백만원을 여기서 먼저 받아갈 수 있습니다.

5천5백을 초과한 나머지 금액은요?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을 갖추고 있다면 4순위 우선 변제권에 포함되어 다른 저당권들과 날짜 싸움을 하게 됩니다. 이래서 등기부등본을 보고 대출이 많이 끼어있는 집에는 잘 생각해보고 들어가야 하는 거죠. 이미 저당이 걸려있는 대출(선순위)은 내가 확정일자를 받았어도 후순위가 되어 순위가 밀리기 때문입니다.

확정일자가 없다면 6순위 미만인 이하 생략 부분에 들어가버립니다. 부동산이 경매까지 넘어간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은행 대출도 많고 세금 체납도 많기 때문에 (이하 생략)부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경매 변제 순위에서 0, 1순위는 내가 어쩔 수 없는 경우니 제외하고라도 2등에서 최우선적으로 일부 보전을 받고 4등에는 들어가 있어야 나머지 금액을 받을 기대를 할 수 있겠죠.


이제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정리가 끝난 것 같습니다.

보증금을 떼이는 사람들의 다수는 법률적인 지식이 부족한 소시민들입니다. 특히 사회초년생들이 직장을 가지고 독립을 하여 월세나 전세로 들어가는 경우에 안타깝게 이런 일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은데요.

꼭 부모님이나 주위의 어른들이 이런 부분은 챙겨줘야 합니다.

동사무소에 일할 때 별의 별일이 참 많았습니다. 확정일자까지 다 받아놓고 중간에 부모님 집으로 주소 이전을 해버린 경우도 있었고, 전입신고 하고 계약서 깜빡하고 안가져왔다가 차일피일 미루어 일자가 미뤄져서 순위가 밀려버린 분도 있었고요.

확정일자 꼭 받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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