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직 공무원 직렬 선택에 대해서
JuneTein
이번 글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 혹은 공무원 시험을 보려고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보시는 분들을 위한 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매우 주관적인 의견을 담고 있는 글이고 전현직 공무원 및 기타 다른 멘토들의 의견과 상이할 수 있습니다. 그저 한 사람의 의견이라 치부하고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시작해보겠습니다.
나의 전공은? 나의 대학은?
최근 임용되는 7급 공무원은 물론이고 9급 공무원분들의 거의 대부분은 4년제 대학교 졸업자이신데요. 간혹가다가 석사출신들도 있고, 우리나라 최상위권 대학 졸업자들도 공무원 피라미드의 제일 말단인 9급 공무원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제 동기중에는 서울대, 고려대 출신들이 각각 있었고요. 공무원 사회에서도 학벌이 좋으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니 넘어가겠습니다.
9급 공무원 시험은 4년제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 아니었습니다. 과거에는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공무원 시험을 치러 9급 공무원이 되었고, 대졸자들이 7급, 최상위권 대학 졸업자들이 5급 행정고시 시험에 도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죠.
점차 취업이 어려워지다보니 IMF시절을 거치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으로 눈을 돌린 것이죠.
장황하게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본인의 전공이 OO과라서 OO직렬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입니다.
물론 당연하게 특정 직렬은 해당학과 전공이 아니면 도전조차 할 수 없는 직렬들이 존재합니다.
글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글의 결론부터 말해야겠군요. 본인의 전공에 엄청나게 큰 매력을 가지고 평생 이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은 이상 그냥 일반행정직 또는 쪽수가 많은 직렬을 하시길 권해드립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본인이 컴퓨터공학과를 나왔다고 칩시다. 그럼 대부분의 공무원 도전자들은 전산직을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그냥 행정직하라고 말하겠습니다.
간호학과를 나왔건 영문과를 나왔건 다 마찬가지입니다.
아래의 내용부터는 왜 대표적으로 쪽수가 많은 직렬인 행정직을 하라고 하는지에 대한 이유에 대한 내용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번째. 채용인원
저는 개인적으로 바늘구멍에는 안들어가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늘구멍밖에 없으면 어쩔 수 없지만 조금 큰 구멍이 있으면 거기로 머리를 넣는게 낫지 괜시리 좁은 구멍에 머리를 넣었다가 다시 빼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2023년 서울시 9급공고의 일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구분 | 채용인원(명) |
---|---|
일반행정 | 585 |
세무 | 83 |
전산 | 38 |
사회복지 | 231 |
공업(기계) | 43 |
공업(전기) | 6 |
공업(화공) | 10 |
시설(토목) | 174 |
시설(건축) | 111 |
일반행정이 다른 직렬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뽑습니다.
물론, 채용인원이 많으면 지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차피 경쟁률이라는 것이 존재하니 채용인원의 대소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여기는 조금 얘기가 다릅니다.
공무원 시험은 보통 공통과목(국어, 영어, 한국사)와 기타과목으로 나뉘어집니다. 위의 직렬 모두 공히 국어, 영어, 한국사는 공통으로 치러야 하고 나머지 두 과목은 직렬에 따라 다르게 치러야 하죠.
더군다나 사회복지직은 행정직과 1과목만 다릅니다.
위의 "나의 전공은? 나의 대학은?"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전공을 찾아가려 합니다.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은 토목직 시험을 생각하게 되죠. 반대로 미대를 졸업한 사람은 토목직 시험을 볼 생각을 못합니다. 전혀 모르거든요.
자연스레 특정 전공과 무관한 학부를 졸업하신 분들은 대부분 일방행정직에 도전하게 됩니다.
자, 그럼 토목공학과를 졸업하신 분들은 국어, 영어, 한국사만 공부하고 나머지 과목인 응용역학개론과 토목설계는 공부안해도 될까요?
전혀 아닙니다. 학부때 비슷한 것들을 배워봤을테니 타전공자들보다는 훨씬 더 쉽게 배울수 있겠지만, 공부안하면 과락나옵니다.
어떤 전공을 했건, 일반행정에 도전하는 분들은 다양한 전공을 가지고 있지만, 특정 직렬에 도전하는 분들은 해당 전공을 학부에서 또는 고등학교에서 전공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쟁률이 같은 10:1이라도 실질적인 경쟁률은 10:1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어차피 모든 시험은 어렵습니다. 운전면허시험도 10번씩 떨어지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두 번째. 승진문제
공무원 사회는 피라미드조직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자리가 점점 없죠. 위에서 본 2023년 채용된 서울시 9급 일반행정직이 585명이면 그 중에 4급 이상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많이 잡아 대충 50명 될까요? 111명을 뽑은 건축직은 후에 4급이 될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5명 될까요?
승진자리가 정해져있는 피라미드조직에서는 그 자리가 많은 직렬로 가야 승진할 가능성 있겠죠.
공무원 조직은 직급에 따라 직위가 주어집니다. 시군구단위인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는 대부분 6급은 팀장, 5급은 과장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집니다.
처음 입사했을 떄는 다 같은 9급이지만 20년이 지나고나면 행정직으로 들어온 동기는 6급달고 팀장을 하고 있으면서 5급 생각하고 있을텐데 소수직렬인 전산같은 직렬은 6급 자리가 한두개 뿐이고 우리 자치구에 5급자리가 아예 없을 수도 있습니다.
상관없다구요?
현실적인 얘기를 해봅시다. 나보다 10살 어린 사람이 게다가 나보다 입사도 5년이나 늦은 후배가 내 상관이라고 생각해보세요. 2 ~ 30년 전에 선택했던 시험때문에 난 퇴직때까지 저인간의 지시를 받으면서 다녀야한다고요. 심지어 월급도 적습니다. 나이 50넘어서 어린 동생이자 후배에게 지시받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신 분, 저는 아직 못만나봤습니다.
공직에 일찍 들어온 나이어린 팀장이 나이많은 분을 직원으로 두는 경우에도 불편한 경우가 많이 있는데, 나이도 어린 후배가 내 팀장이라고 생각하면 배알이 꼬이지 않겠습니까? 난 잘못한게 없는데, 조직의 특성이 그렇다면 말이죠.
우리나라에선 어쩔 수 없습니다.
고시출신들이 엄청 많은 국가직은 얘기가 다르겠지만, 지방직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제 동기였거나 비슷한 기수에 임용된 행정직은 지금 대부분 사무관이거나 정말 늦은 친구도 고참 6급인데, 사회복지, 환경, 세무, 전산 등 쪽수 적은 직렬들은 전부 6급입니다.
세 번째. 사람문제
가장 중요한 사람문제입니다. 일은 내가하고 있는 일이 제일 힘듭니다. 어딜가서 무슨 일을 담당하던 다 쉽지 않고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최고 선호업무 중의 하나인 인사업무도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짧게는 20년에서 30년 공직에서 일해야하는데, 제일 어려운게 사람문제입니다.
누구나와 잘지내면 좋겠지만 세상만사가 어찌 그렇겠습니까? 얼마 전에 백종원 사장님이 방송에서 말했던 것이 너무 공감이 되었었는데요. "5명이 모였는데 이상한 사람이 없으면 나를 의심해야 한다"라고요.
순환보직 거의 없는 소수직렬이 되면 이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한 기초자치단체에서 10명 내외의 정원을 가진 직렬들이 있는데요. 이 분들은 대부분 같은 사무실에서 여생을 함께 합니다. 부부보다 더 긴 시간을 일상에서 보내게되는데, 이 사람이 나의 적군이라면 이보다 더 힘든 일이 있을까요?
반면 행정직은 길어야 3년이면 순환보직을 합니다. 내 곁에 있는 저 돌아이랑도 2년만 버티면 대부분 발령이 나서 딴데로 갑니다. 빠르면 6개월만 있어도 빠이빠이 할 수 있습니다. 근데 20년 30년을 1 ~ 2년마다 같이 근무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끔찍합니다.
항상 나도 누군가에겐 돌아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서두에 말씀 드렸지만, 공직생활을 오래했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다른 직렬분들은 저와 매우 다른 생각을 하고계신 분들도 분명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저 참고만 하시길 다시한번 삼가부탁드립니다.
두서없는 장황한 글이 되어버린 느낌도 없지않아 있는데 모쪼록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지방 공무원 직렬별 배치 부서 및 하는 일 - 선호부서와 기피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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