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서무의 장점과 단점
JuneTein
"서무는 무슨 일을 할까"라는 지난 이어서 이번 글에서는 공무원 서무업무의 장단점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아래의 내용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써내려 간 글이기에, 여러분이 근무하시거나 근무하실 각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마다 시군구마다 다들 서무업무가 조금씩 다르니 아래의 내용이 상황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전 글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서무는 무슨일을 하는지 보고 옵시다.
서무란 무슨일을 할까 <-- 클릭
단점부터 시작 해보겠습니다. 매도 먼저 맞아야 덜 아프다나자요. ^^
단점
회의자료
보통 부서의 규모가 크거나, 수행하는 사업의 규모가 크거나, 혹은 국의 주무과이거나 하면 회의자료를 전담으로 작성하는 고참 직원이 있을텐데요. 보통은 티타임, 간부회의 또는 확대간부회의자료의 준비는 과서무가 하게됩니다.
서무는 개별업무가 없기 때문에 회의자료를 직접 작성할 일은 없는데, 이걸 취합해서 수정한 후 제출을 해야하는 입장이 됩니다.
보통 어떤 순서로 이루어지냐면,
1. 각 팀에 회의자료 제출 요청 - 대부분 없다고 함.
2. 팀장님이나 과장님에게 의견을 물어봄 - 특별히 생각하고 계신 꼭지가 있으신지? 있으면 매우 좋음.
3. 회의자료를 받아서 제출양식에 맞게 수정.
4. 팀장님 검토 -> 과장님 검토
5. 컴펌되면 데드라인 전 날쯤 회신
이렇게 이루어 집니다. 회의가 한 달에 한 번만 있으면 그나마 할만할텐데, 한 달에 회의가 3 ~ 4개가 있는 경우에는 조그만 부서에서 뭐 그렇게 현안을 제출할 것이 없기 때문에 각 팀(계)에서 제출을 안합니다.
또 뭔가 꼬여가고 있거나, 간부들의 관심을 받고 싶지 않은 경우에도 회의자료로 굳이 제출하려하지 않죠.
이 일을 조금 쉽게 하려면 회의자료 리스트를 만들어 두면 조금 낫습니다. 예를 들어,
날짜 | 희의종류 | 회의자료 | 선택여부 |
---|---|---|---|
2024. 1. 20 | 간부회의 | 도심공원 조성 사업 진행 현황 | 과장님이 다음에 원하심 |
간부회의 | 백두산 생태숲길 조성사업 진행 현황 | 채택 | |
간부회의 | 압록강 수변산책로 조성 계획 | 과장님이 다음에 원하심 | |
2024. 2. 10 | 간부 티타임 | 압록강 수변산책로 조성 계획 | 과장님이 다음에 원하심 |
간부 티타임 | 관내 공원등 정비계획 | 과장님이 다음에 원하심 | |
간부 티타임 | 도심공원 조성 사업 진행 현황 | 채택 | |
... | ... | ... | ... |
이렇게 만들어 두면, 채택이 안된 사업들에 대한 자료를 다음 회의에 하시면 어떻겠냐고 물어볼 수 있겠죠. 전임자가 안만들어 놨으면 지난 회의에 어떤 자료를 제출했었는지 살펴보고 하나 만들어 두세요. 어차피 같은 부서에서 하는 일이 매년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조금 짬밥이 쌓이다 보면 2월 쯤에는 뭐 내야겠구나... 6월에는 뭐 내야겠구나... 하는게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아무리 잘 써가도 해당 회의에 참석하는 간부가 자료의 문구를 다 바꾸기 때문에 아웃라인만 잘 잡아가면 됩니다. 조금 까다로운 분은 직접 다 수정을 해서 주실테고, 무던한 분은 대충 고쳐서 주실테고요.
오탈자 정말 여러번 보시고 옆사람에게도 확인 부탁드리고 제출하세요. 단체장, 부단체장 다 모여있는 회의자리에서 스크린에 대문짝만하게 맞춤법 틀린 것 보이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으실겁니다. 저는 광역시장 모시고 하는 간부회의에서 띄어쓰기를 틀린 적 있는데요. 어찌나 창피하던지요...
요즘도 그런 분들이 있다는데, 회의자료 시나리오를 써달라는 분들이 예전에는 참 많았습니다. 대본을 잘 작성해서 주시면 됩니다.
가뜩이나 잡무가 많은데 회의자료 작성이 참 까다롭습니다. 서무의 개별적인 업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업무를 가지고 작성하기 때문에 초보 서무들은 정말 고역일 수 있습니다.
온갖 잡무들
한 개의 사무실을 꾸려나간다는게 처음에는 쉽지 않습니다. 전임자들이 깔끔하게 정리를 해놓고 가셨으면 그 바톤을 이어받아 유지해나가면 되는데, 그게 아닌 경우에는 이걸 정상화 해놓는게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발령 받아서 왔는데 기록물 점검이 나왔다고 칩시다. 문서고가 잘 정리되어 있으면 하루면 준비 끝이지만 문서고 문이 안열릴 정도로 문서를 포대에 쌓아놨다면 머리가 띵해집니다. 어느 팀 문서인지도 모르는데 당장 점검 나온다니까요.
그리고 업무분장에 업는 애매모호한 업무들이 있습니다. 분장에 없으면 죄다 서무가 해야합니다.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이 되시면 팀장님이나 옆자리 고참에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모든 것을 다 알아야.. 같은 부서 내에서나 다른 과에서나 애매한 것들은 서무에게 물어봅니다.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어보면, 당시에 어느 고참이 승진을 앞두고 있었나 봅니다. 다음 근평을 잘 받아야해서 제가 근무하던 주무국 주무팀으로 오고 싶어셨던 것이죠. 제 옆자리가 1등 받을 수 있는 자리였는데, 그 분이 언제 나가는지가 궁금하셨나 봅니다.
제게 전화를 하셔서는 언제 왔는지, 이번 인사에 승진해서 나가는지 아니면 더 눌러앉아야 하는지 등을 물어보시더군요. 제가 어떻게 압니까? ㅎㅎ
바쁘다 바뻐..
서무의 일은 집안 일처럼 결과물이 없습니다. 항상 현상태를 잘 유지하면 다행인데, 딱히 제가 할 일이 없는 거죠. 근데 항상 바쁩니다.
장점
근평
특별히 같은 급수의 고참이 없는 이상 그 부서에서 근평을 1등 받을 수 있습니다. 서무는 보통 빠릿빠릿한 직원을 데려다 놓는게 간부들이 편하기 때문에 서무가 인사이동을 하게되면 아무나 데려다가 꼽아놓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과장님이나 국장님같은 간부들과 얼굴 맞댈일이 조금 많다보니 이름도 조금 더 알릴 수 있고요. 아마 부서에서 동기가 있어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1등 줄겁니다. 고생하셨잖아요.
국서무를 했는데 국에서 1등 못받으셨으면 국장님한테 들어가서 1등 달라고 하세요. 국서무가 제일 고생을 했을텐데 그거 안주면 안됩니다.
대민업무가 없다.
아마도 공무원 업무의 가장 어려운 일이 대민업무일텐데요. 보통 서무를 하면 개별업무가 없기 때문에 대민업무도 없습니다. 물론 민원서류가 서무를 통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서 마주칠 일은 있겠지만 처리담당자는 따로 있기때문에 민원때문에 골치썩을 일은 드뭅니다.
인맥을 쌓을 좋은 기회
서무는 각종 회의에 불려 다닙니다. 자질구레한 행사가 있거나 전달 사항이 있을 때에 서무들을 불러다 놓고 알려주거든요.
특히 예산이나 회계시즌이 오면 서무들이 담당을 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불려다닙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직원들과 얼굴트기 좋고 인맥을 늘리기 좋습니다. 공무원 하면서 아는사람 많으면 나쁠 것이 없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아마도 임용된지 5년이 안된 분들이실테니 아직 공무원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실 것이라 생각되거든요.
모르는 것들이 생겼을 때, 타과 서무에게 물어본다던가 하는 일이 조금은 편해집니다. 그리고 서무의 역할을 똘똘히 잘 해놓으셨으면, 다음에 좋은 부서로 발령날 확률도 높습니다. XX과 서무 잘하더라~ 라는 소문이 윗사람들 사이에 들리면 아마도 많은 분들이 데려가려고 할 테니까요.
업무능력 상승
서무를 한 1년 하게되면 자기 부서의 업무를 거의 대강 알게됩니다. 물론 개별업무의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우리 부서에서는 뭐를 중점적으로 하고, 저 양반은 뭐하는 사람이고, 이 양반은 뭐하는 사람인지 잘 알게됩니다. 한 과의 업무를 대충 알게된다는게 서무 아니면 쉽게 얻을 수 없는 기회죠.
또, 대부분 예산, 회계를 담당하게 되실텐데요. 공무원 10년 해도 서무 안해봤으면 예산 어떻게 편성하는지 모르는 분들 많습니다. 어떻게 써야하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고요. 처음엔 엄청 어렵지만 한바퀴 돌고나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습니다. 특별회계가 부서에 있다면 잘 배워두세요. 특별회계는 배울 일이 잘 없어서 배울 기회가 잘 없습니다.
매번 짜증나는 회의자료 편집하고 만들다 보면 알기 싫어도 우리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간부들은 뭐에 중점적으로 관심있어 하는지를 알게됩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과 공무원 2 ~ 30년씩 한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부분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서무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서무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은 동료, 좋은 윗사람 만나면 민원도 없고 책임질 일도 별로 없는 서무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쁜 사람 만나면 답이 없지만요.
이번 글에서는 서무업무의 장단점에 대해서 써보았는데요. 다시 말씀 드리지만 일개 개인의 의견이니 참고만 하시고요. 공직생활에 행복함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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