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공무원의 육아휴직에 대해
JuneTein
현재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면 남자공무원도 여자와 동일하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육아휴직을 했을 때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해도 본봉의 일부를 지급하고 경력도 일부 인정 해줍니다. 워낙에 출산율이 낮으니 출산에 대한 유인책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그에 일환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직분위기라는 것이 코로나 같은 수준의 재난이 아니면 생각보다 잘 바뀌지 않습니다. 코로나가 닥치고 사람들간의 접촉은 사회의 악이되는 시절을 겪으면서 회식이 암묵적으로 징계사유가 되기도 하고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먹을 때에도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식사를 했었습니다.
공직에서 젊은 나날을 보냈던만큼 제일 가까운 사람도 공무원들인데, 지금은 회식도 많이 없어졌고 특히나 술잔을 돌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지금 임용되는 직원들이라면 상상도 하기 싫을, 위생이라고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더러운 행위였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사는 아래직원에게 소주잔을 건네주면서 술을 따라주고, 재빨리 그 술잔을 비우고 비운 술잔으로 다시 상사에게 술을 한 잔 올리는 행위를 술잔을 돌린다고 합니다. 반대로 아래 직원이 상사에게 먼저 다가가 술잔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게 일종의 도리라고 여겼습니다.
이렇게 30분만 지나면 내 술잔은 온데간데 없고, 여자건 남자건, 나이가 어리건 늙었건,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술잔은 주인은 잃고 테이블을 떠돌게 됩니다. 삼국지 시절에나 나올법한 "내 잔을 받게"가 천 년이 지나서도 이어져 내려온 아름다운 전통인양 받들어 모시던 것이 코로나로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더니 이제서야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모릅니다 또 어느 조직에서는 아직도 술잔을 돌리고 있을지.
초장부터 얘기가 다른 곳으로 새어버렸는데, 공직 분위기는 정말 경직되어있고 잘 바뀌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글은 남자공무원의 육아휴직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육아휴직의 개요
법적으로 육아휴직은 지방공무원법 제63조제2항제4호에 따라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하여 필요하거나 여성공무원이 임신 또는 출산하게 된 때" 청원하여 사용하는 휴직입니다.
국가공무원이나 지방공무원이나 법조항이 대동소이하고 저는 국가직의 사정은 잘 모르니 아래에서는 지방직을 기준으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육아휴직의 개요를 나열할 생각은 없는데, 그래도 글을 시작했으니 따져는 봐야겠지 않겠습니까?
"제63조제2항제4호에 따른 휴직기간은 자녀 1명에 대하여 3년 이내로 한다."
그러니까 자녀 1명당 최대 3년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올해(2025년)부터는 육아휴직기간 전부를 경력으로 인정 해줍니다. 다시말하면 집에서 아이키워도 호봉이 올라가고 승진임용을 하는데 필요한 경력도 올라갑니다.
인사혁신처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휴직기간 3개월까지는 봉급의 100%(250만원 한도)를 4 ~ 6개월기간에는 봉급의 100%(200만원 한도)를 7개월에서 12개월까지는 봉급의 80%(160만원 한도)를 지급합니다.
결론은 몇몇 수당은 빠지게 되지만 금전적으로 크게 타격없이 휴직을 할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를 바라보는 시각
서두에 밝혔다시피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정확히는 제가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에 따른 의견입니다. 아래 동의하지 않으실 분들도 있으실겁니다.
이번 문단의 제목이 이 글의 주된 내용일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3살, 4살이 되었던 시점에 5개월 정도 육아휴직을 했었습니다.
그때도 이미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법적으로 남성도 육아휴직을 청원하면 100% 휴직임용이 되었었습니다.
육아휴직을 하는 개인들의 사정은 다양하지만, 육아휴직을 허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대부분 공통적입니다. 여성공무원이 출산을 하고 육아휴직에 들어간다고 하면 다들 아무런 의심없이 당연하게 인식을 합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하고 복직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육아 휴직을 하겠다고 나서면 위에 줄에서 말했던 당연함은 온데간데 없고 의심을 하게됩니다.
"놀다 나와서 일하려니 일이 너무 힘든가?", "팀장(또는 과장)이 괴롭히나?", "힘든 부서가니까 적응 안되지?" 등등의 육아휴직 본래의 목적을 벗어난 사용이라고 생각을 하게됩니다.
이런 생각을 벗어나려면 "의심"에서 "안쓰러움"으로 돌릴 수 있는 이유의 적극적인 피력이 있어야 하는데, 예컨데 "아이가 아프다던가", "봐주시던 부모님이 아프다던가" 등 불가피한 연유를 주변인 및 인사부서에 알리지 않게되면 속된 말로 "카드"를 사용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버립니다.
힘든 부서에 갔을 때 육아휴직 써서 그냥 피해버리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양육법에는 주관적인 결정이 엄청나게 좌우됩니다.
저처럼 육아에 과잉보호적 태도를 가진 부모도 있을 것이고 조금은 방관자적인 태도를 가진 부모들도 있을 것이죠. 뉴스를 보면 아이를 해하는 부모들도 있으니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양육하는 부모들 개개인의 방식을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키워보시면 주변에서 많이 들으실 수 있는 몇몇 말들이 있는데, "초등학교 입학하면 휴직 할 수 있으면 하는게 좋아." 라는 소리를 들어보신 적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역 학교마다 다르긴 한데, 저는 한 개의 학교에만 보내봤으니 여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보통 맞벌이 부부들은 아침에 출근할 때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에 아이를 맡기고 퇴근 후에 아이를 데리고 귀가를 합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교는 점심먹고 1시를 전후하여 끝나고 대부분 귀가를 합니다.
이게 안되면 돌봄교실이라고 몇몇개의 교실로 이동하여 17시까지 운영이 됩니다.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러 갈 수 있는 시간은 빨라야 6시 20분은 되어야 할겁니다.
저녁돌봄이라고 부모가 올 때까지 (20시까지) 봐주는 시스템도 있었는데, 단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아서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부모들의 선택은 학원 뺑뺑이 입니다.
대부분은 이런 사정을 알고있기 때문에 자녀가 초등학교 1학년 때 휴직하는 것을 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50살이 넘은, 더 빡센 환경에서 애들을 키워온 여성 과장님이 "라떼는~"이라는 말로 시작하며 코웃음을 치는 것도 들어보았지만, 아직 너무 어린 애들이 학원 뺑뺑이를 하는 것을 사회적인 시선으로 좋게보지 않기때문에 대부분 용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법으로 정해놓은 나의 권리를 하는데 남의 시각을 생각해야만 하는 조직문화는 잘 바뀌지 않습니다. 복직 했을 때 어디로 발령나는지 보시면 압니다.
아 여기도 보탤 말이 조금 있는데, 글이 조금 지루해질까봐 걱정이 됩니다.
지방공무원은 기초자치단체건 광역자치단체건 대부분의 주요부서에서는 인사를 하는데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평판입니다. 주요부서라고 함은 총무, 인사, 기획, 예산 등을 비롯한 선호부서를 말합니다.
'돌아이'라고 소문이 돌면, 그 소문이 사그라들 때까지 주요부서에 못갑니다.
'잘 하는 애'라고 소문이 돌면, 지금은 비선호부서에 있더라도 언젠가 선호부서에 갑니다.
20년을 일해도 주요부서 근처에도 못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비선호부서에 가더라도 마치 야구선수가 베이스를 밟고 다음으로 달려가듯, 스치듯 떠나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서울대 할아버지를 나왔어도 조직에서 찍히면 내공발휘를 할 기회를 얻기 힘듭니다.
육아휴직하고 복직한다 했을 때 누군가 나를 끌어가려고 애쓴 흔적이 있다면 본인의 평판이 잘 유지되었던 것이고, 비선호부서에 처박힌다면 아직 평판을 더 쌓아야 할 때이거나 이미 나쁜 평판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닌가 의심을 해보아야 합니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여기까지 꾹 참고 읽으셨으면 뭐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다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공무원 조직에서 남자가 육아휴직을 내는 것을 좋은 시선으로, 아니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는 아직 부족합니다.
남자분이 양육을 위해서 육아 휴직을 한다면, 조금은 본인의 사정을 주변에게 알려야 한다는 말로 귀결됩니다.
인사부서에서는 전보인사를 할 때 암묵적으로, 어린 아이가 있는 여성공무원보다 어린 아이가 있는 남성공무원의 휴직가능성을 현저하게 낮게 보고 전보인사를 합니다.
빨리 이런 문화가 바뀌어야 육아에 대한 피로도(스트레스)가 낮아지겠지만, 개인적으로 바뀔꺼라는 기대는 별로 없습니다.
혹시나, 현재 공무원으로써 근무하는게 탐탁치 않아 다른 직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시간확보를 생각하셔서 육아휴직을 선택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절대 본인의 속내를 드러내시면 안되고, 꼭 이직을 성공하셔야 합니다.
제가 근무했던 지자체에서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정원대비 육아휴직자의 비율이 약 8%였습니다. 행안부 내고장 알리미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니 여전히 비슷한 비율로 유지되고 있는 것 같더군요.
700명 정원인 지자체에서 50명 가까운 숫자가 육아휴직으로 결원이 되어버리면 인사팀 입장에서는 매우 난처합니다.
여기에 생각치도 않았던 남자 공무원들이 육아휴직을 더 하고 있는 추세이니, 각 부서에서는 항상 결원이 1명씩 있는 상태가 지속되기도 하고요.
말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이 글이 귀하에게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고,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일개 개인의 생각일 뿐이니 가볍게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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